우리는 결코 너를 빼앗길 수 없다
1987년 추모제 헌시
오늘 우리는 뜨거운 눈물을 삼키며 솟아 오르는 분노의 주먹을 쥔다. 차가운 날 한 뼘 무덤조차 없이 언 강 눈바람 속으로 날려진 너의 죽음을 마주하고 죽지 않고 살아남아 우리 곁에 맴돌 빼앗긴 형제의 넋을 앞에 하고 우리는 입술을 깨문다. 누가 너를 앗아갔는가! 감히 누가 너를 죽였는가!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우리.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다. 너는 밟힌 자가 될 수 없음을. 끝까지 살아남아 목청 터지도록 해방을 외칠, 그리하여 이 땅의 사슬을 끊고 앞서 나아갈 너는 결코 묶인 몸이 될 수 없음을. 너를 삼킨 자들이 아직도 그 구역질 나는 삶을 영위해가고 있는 이 땅, 이 반도에 지금도 생생하게, 생생하게 살아있는 너, 철아! 살아서 보지 못한 것 살아서 얻지 못한 것 인간, 자유, 해방 죽어서 꿈꾸어 기다릴 너를 생각하며 찢어진 가슴으로 네게 약속한다. 거짓으로 점철된 이 땅 너의 죽음마저 거짓으로 묻히게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말하리라. 빼앗긴 너를 으스러지게 껴안으며 일어서서 말하리라. 오늘의 분노, 오늘의 증오를 모아 이 땅의 착취, 끝날 줄 모르는 억압, 숨쉬는 것조차 틀어막는 모순덩어리들 그 모든 찌꺼기들을 이제는 끝내주리라. 이제는 끝장내리라. 철아! 결코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우리의 동지여. 마침내 그 날, 우리 모두가 해방춤을 추게 될 그 날, 척박한 이 땅, 마른 줄기에서 피어나는 눈물뿐인 이 나라의 꽃이 되어라. 그리하여 무진벌에서, 북만주에서, 그리고 무등산에서 배어난 너의 목소리를 듣는 우리는 그 날, 비로소 그 날에야 뜨거운 눈물을 네게 보내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