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인권을 지키는 일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입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박종철은 스물한살의 청년이었습니다. 1987년 1월 14일, 그는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의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동료를 팔지 않았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함께 지키기 위해 싸운 조직을 끝까지 지켰습니다. 박종철의 죽음은 한 사람의 인권이 무참히 짓밟힌 일이자, 동시에 동료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항거한 한 청년의 헌신이었습니다.
그 헌신을 기억하며 분노한 시민들은,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의 폭력에 결코 굴하지 않았습니다. 시민들은 광장으로 나섰고, 매를 맞으면서도 물러서지 않았으며, 끝내 6월의 항쟁으로 지금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의 기초를 함께 쌓아 올렸습니다. 박종철은 그렇게 우리 민주주의의 첫 자리에 새겨졌습니다.
사단법인 박종철기념사업회는 1988년, 그 정신을 시민 사회로 잇기 위해 출범했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은 한 번 쟁취되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손에 의해 매일 다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을 — 박종철은 자신의 삶과 죽음으로 우리에게 가르쳤습니다. 우리는 그 가르침을 추모로만 두지 않고, 매년·매 사업으로 시민의 일상에 다시 옮겨 적습니다.
오늘 사업회는 네 개의 길로 그 정신을 잇습니다. 박종철인권상은 해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는 활동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를 시민의 이름으로 호명합니다. 박종철장학금은 용기 있는 의로운 청소년에게 전달되어, 박종철의 또래였던 그들이 자신의 시대에서도 같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박종철 열사가 숨져 간 남영동의 현장에서는 시민들이 함께 모여 민주주의와 인권을 주제로 상호 학습하고 실천을 모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조직들과 연대하여, 한 사람의 권리가 어디에서든 지켜지도록 함께 싸웁니다.
앞으로도 사업회는 시민들과 함께 국가권력의 불법과 폭력에 단호히 맞서 나가겠습니다. 어떤 권력도 한 사람의 인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 박종철이 자신의 동료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항거했듯이, 사업회는 시민이 시민을 지키는 길을 부단히 시민과 함께 모색하겠습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에 언제나 앞장서겠다는 약속을 다시 드립니다.
시민 여러분께 청합니다. 한 사람의 회비, 한 번의 강좌 참여, 한 줄의 자료 기증, 광장에서의 한 걸음 동행으로 사업회는 살아갑니다. 박종철의 정신을 잇는 일은 결국 시민의 일상에서 다시 시작됩니다. 함께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